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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은 죄가 없다, 피자가 너무 포용적이었을 뿐

호불호의 아이콘이 된 하와이안 피자, 그리고 끝없이 진화하는 피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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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 파인애플은 인정할 수 없다." 

"아니, 달콤한 파인애플이 있어야 진정한 하와이안 피자다."

 

인터넷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 논쟁을 꼽으라면 단연 파인애플 피자가 빠지지 않는다. 마치 '민트초코는 치약인가, 디저트인가'와 비슷한 수준의 영원한 논쟁이다. 누군가는 파인애플이 피자의 풍미를 망친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달콤함과 짭짤함이 만나 최고의 조화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논쟁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승자는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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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파인애플 피자는 이름과 달리 하와이에서 탄생한 음식이 아니다. 1960년대 캐나다에서 통조림 파인애플 브랜드 이름인 '하와이안'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름 때문에 하와이의 전통 음식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유명한 '하와이안 피자'는 하와이에서 시작된 피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왜 파인애플 피자는 이렇게 의견이 극명하게 갈릴까? 가장 큰 이유는 맛의 조합 때문이다. 전통적인 피자는 치즈와 토마토소스, 햄이나 페퍼로니처럼 짭짤하고 고소한 재료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에 달콤하고 과즙이 풍부한 파인애플이 올라가자 사람들의 입맛은 둘로 나뉘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신선한 조화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피자 위에 과일이라니!"라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넓혀 보면 파인애플 피자는 오히려 피자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피자는 원래 매우 자유로운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 위에 원하는 재료를 올려 굽는다는 단순한 구조 덕분에 지역과 문화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신선한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만으로도 훌륭한 피자를 만든다. 미국에서는 두툼한 도우와 풍성한 토핑을 올려 한 끼 식사처럼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마 무스와 불고기, 새우, 고르곤졸라 치즈, 심지어 떡갈비와 떡을 활용한 피자까지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김치 피자, 타코 피자, 초콜릿 디저트 피자, 마시멜로 피자 등 상상 이상의 조합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파인애플 정도는 피자 세계에서는 꽤 얌전한 편일지도 모른다.

음식 문화는 시대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한다. 처음에는 낯설게 여겨졌던 조합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가 된다. 토마토 역시 한때는 유럽에서 독이 있는 식물로 오해받았고, 감자는 가축 사료 정도로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되었다. 음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취향과 경험 속에서 계속 진화하는 문화인 셈이다.

파인애플 피자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도 단맛과 짠맛, 그리고 약간의 산미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균형 때문이다. 짭짤한 햄과 녹아내린 치즈 사이에서 파인애플의 상큼한 과즙은 입안을 산뜻하게 정리해 준다. 반대로 파인애플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달콤함이 치즈의 풍미를 방해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정답은 없다. 입맛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을 즐기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인애플 피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 준다. 모두가 같은 음식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페퍼로니를, 누군가는 치즈를, 또 다른 누군가는 파인애플을 가장 좋아한다. 서로 다른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피자 메뉴는 더욱 다양해지고, 새로운 레시피도 계속 탄생한다. 만약 모두가 같은 피자만 먹었다면 지금처럼 수백 가지의 피자가 만들어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다양성은 피자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어떤 날은 클래식한 마르게리타가 생각나고, 어떤 날은 매콤한 불고기 피자가 당기며, 또 어떤 날은 하와이안 피자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피자가 맞느냐'가 아니라 '오늘의 나에게 어떤 피자가 가장 맛있느냐'이다.

그러니 다음번 피자를 주문할 때 누군가 파인애플을 올리자고 해도 너무 놀라지 말자. 물론 끝까지 반대해도 괜찮다. 대신 파인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도 존중해 주자. 피자는 원래 정답을 먹는 음식이 아니라, 취향을 즐기는 음식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는 파인애플 피자를 맛있게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날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 피자는 원래 한 판 안에서도 반반이 가능한,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음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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